내년도 예산안이 12년 만에 처음으로 법정 시한 내 처리되면서 정부가 추진 중인 경기부양책이 탄력을 받게 됐다. 전체 규모도 당초 정부안보다 소폭 삭감되는 데 그쳐 경제활성화를 위한 확장적 재정기조도 유지됐다. 재정이 마중물이 돼 경기를 살릴 수 있는 골든타임을 지켜낼 수 있게 된 것이다.
국회는 2일 본회의를 열어 정부가 제출한 예산안 376조원(세출 기준)에서 3조6000억원 삭감하고 다시 3조원을 추가 증액해 총 6000억원을 순삭감한 375조4000억원을 내년도 예산으로 확정했다. 예산안이 헌법이 정한 법정시한 내에 처리된 것은 지난 2002년 이후 12년만에 처음이다.
이번에 국회에서 통과된 내년 예산안은 생계비 부담 완화 등 계층별 맞춤형 복지와 일자리 관련 예산이 늘어난 것이 특징이다. 경제활성화를 위한 사회간접자본(SOC) 투자액도 정부안보다 4000억원 늘었다. 야당이 삭감을 요구했던 창조경제와 새마을 관련 예산 등 소위 박근혜 예산 등도 정부안이 대부분 수용됐다.
내년 예산안이 예년보다 20일 이상 빨리 처리되면서 정부는 사업 집행계획을 보다 내실있게 세우고 연초부터 곧바로 예산을 집행할 수 있게 됐다. 예산과 관련된 불확실성이 해소돼 지자체ㆍ공공기관ㆍ기업들의 투자 결정에도 긍정적인 영향을 끼쳐 민생경제 회복에 크게 도움이 될 전망이다. ‘가계소득 증대세제 3대 패키지’ 등 세법개정안도 국회 문턱을 넘어‘최(崔)노믹스’에 더욱 힘이 실릴 것으로 기대된다.
정홍원 국무총리도 “내수부진과 기업 수출경쟁력 약화 등으로 어려움에 직면한 시기에 경제활력을 되찾는 데 큰 도움을 얻게 됐다”면서 “경제활력 회복과 서민생활 안정, 안전사회 구현 사업들이 적기에 집행되도록 차질없이 준비하겠다”고 말했다.
더불어 이날 본회의에서 국회가 한·호주, 한·캐나다 FTA(자유무역협정) 비준동의안을 통과시키면서 FTA 조기 발효가 가능해져 상당기간 선점효과를 누릴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되고 있다.
하지만 과제는 남아있다. 재정건전성에 대한 우려가 그것이다. 정부안보다 순삭감된 예산 규모는 6000억원에 그쳤지만 올해 예산보다는 19조6000억원(5.5%) 늘어 예년보다 확장적으로 편성된 ‘슈퍼예산’의 기조는 유지됐다. 또 경기침체로 인한 세수부족이 만성화되고 있는 가운데, 내년에도 경기회복세가 부진하면 예산안상 국세수입 목표를 달성하지 못하게 돼 3년 연속 세수결손 사태가 발생할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