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 서, 서”, “하늘에는 태양, 땅에는 서강, 서강에는 서금회”.
최근 금융권 기관장 인선을 둘러싸고 관치 논란이 분분한 가운데 그 중심에 있는 서금회(서강대금융인회)의 건배사다. 이른바 대통령의 동창인 서강대 출신 금융권 인사들의 모임인 서금회는 논란의 핵심인 만큼 구호 또한‘금융권에서 우뚝 서자’는 의미를 담고 있다.
우리은행 차기행장 후보로 서금회 멤버인 이광구 우리은행 개인고객담당 부행장이 급부상하면서 서금회에 이목이 집중되고 있다. 특히 지난 26일 4개월간 공석이었던 KDB대우증권 신임 사장에는 홍성국 리서치센터장 겸 부사장이 내정되면서 서금회가 본격적인 활동을 시작했다는 분석이다.
대우증권은 국책은행인 산업은행의 자회사다. 민영화를 앞두고 있는 우리은행과 대우증권 모두 행장과 사장 추천위원회를 구성하고 있지만, 최고경영자(CEO)를 결정하는 핵심은 보이지 않는 손에 의해서 만들어진다는 것이 금융권의 전반적인 시각이다. 앞서 차기 은행연합회장에 인선을 둘러싸고 비밀·정실 인사 논란이 분분한 금융권에 박근혜 대통령 출신 대학 인물들이 힘을 받고 있다는 시나리오가 현실화되고 있다.
현 정권 초기 서금회 회원인 이덕훈 수출입은행장과 서금회 멤버는 아니지만 서강대 출신인 홍기택 산은금융지주 회장 내정되면서 금융권에서 서금회의 위세가 남달랐다. 이후 연세대와 성균관대 출신들이 금융권 요직을 차지하면서 서금회 위상이 다소 위축되는 듯한 모습을 보였다.
그러나 서금회는 이미 금융권에서 각 금융회사 임원으로 진출해 만만치 않은 세력을 형성하고 있었다. 서금회 회장은 이경로 한화생명 부사장이다. 최근 국민은행 행장 대행을 지낸 박지우 부행장은 7년 동안 서금회 회장을 지낸 이력을 갖고 있다. 정연대 코스콤 사장, 김병헌 LIG손해보험 사장, 황영섭 신한캐피탈 사장 등도 서금회의 대표적인 멤버다.
금융권은 지금 시점부터 서금회의 본격적인 활동을 예상하고 있다. 현 정부의 임기가 3년 가량 남은 점을 감안하면 주요 금융사 CEO 자리를 차지하기 위한 마지막‘골든 타임’이 시작됐다고 보는 시각이 적지 않다.
다음달 초 차기 행장을 내정할 우리은행에서 이광구 부행장이 주목을 받고 있는 이유다. 당초 차기 행장으로는 우리은행 출신 인사 5~6명이 거론되는 가운데 이순우 현 행장의 연임이 유력했다. 그러나 현재 차기 행장 내정설이 우리은행 안팎에서 심심치 않게 흘러나오면서 관의 실질적 지배가 여전하다는 평가다. 전 정권에 이어 학연인사로 인한 금융산업의 후진적 태도가 지속되고 있다는 지적이다.
금융권 한 인사는“외환위기 때보다 시장 상황이 더 안 좋은데 특정 대학 인사가 득세하는 현실이 참담하다”며“정치권 줄대기, 낙하산 폐해 탓에 금융산업의 경쟁력을 갈수록 하락하고 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