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금자 보호를 받으려고 5000만원씩 가족명의로 계좌를 쪼갰는데. 이것도 차명계좌 금지법에 저촉되는 건가요?”‘재테크 카페 올라온 글’
최근 은행과 보험사 프라이빗뱅크(PB) 센터는 28일부터 시행되는 차명거래금지법을 묻는 고객들로 인산인해다. ‘난 아니겠지’하고 손 놓고 있다 최대 5000만원의 ‘벌금 폭탄’을 맞을 수도 있기 때문이다.
내 계좌가 탈법인지 아닌지 구분하는 기준은 명료하다. 차명계좌의 목적이 불법이냐, 아니냐로 나뉜다. 예를 들어 동창회 총무가 회원 회비를 관리한 경우는 차명거래 금지법에 저촉되지 않지만 금융소득종합과세를 피하려고 가족명의로 계좌를 나눈다면 탈법이다.
이에 법 시행을 앞두고 고액 자산가들은 발빠르게 움직이고 있다. 차명계좌를 정리하며 절세할 수 있는 상품으로 자금을 분산하는 움직임이 뚜렷하다.
◇명의 빌린 사람도, 빌려준 사람도 벌금 = 차명거래금지법은 ‘전두환법’으로도 불린다. 전두환 전 대통령과 이재현 CJ 회장 등이 차명계좌로 비자금을 관리했다는 사실이 밝혀지면서 차명계좌를 금지해야 한다는 주장이 제기됐고, 이로 인해 개정안이 마련됐다.
지난 5월 국회를 통과한 ‘차명계좌 사용을 금지하는 금융실명거래법 개정안’은 28일부터 본격 시행될 예정이다.
이 법의 핵심은 차명계좌의 재산 소유권이 ‘계좌 명의자’에게 있다고 추정하는 원칙에 있다. 지금까지는 실소유주와 계좌 명의자가 합의하면 차명거래가 허용됐지만 앞으로는 모두 금지된다.
계좌를 빌린 사람과 빌려준 사람이 합의했다 하더라도 그 목적이 조세포탈이나 세금 비자금 조성, 자금 은닉과 같은 불법행위라면 두 사람은 물론 금융기관 종사자 모두 5년 이하의 징역 또는 5000만원 이하의 벌금이 매겨진다.
특히 불법 차명거래를 중개한 금융회사 임직원은 최대 3000만원의 과태료를 물어야 한다.
물론 차명거래금지법은 불법·탈법을 예방하기 위한 법률인 만큼 가족간 차명거래, 동창회 등의 선의의 차명계좌는 허용된다. 다만 친족 사이라 하더라도 금융소득종합과세 등 절세를 위한 가족 간 차명거래는 차명거래금지법에 저촉된다.
◇5억 이상 개인예금 6개월 만에 1조 ‘썰물’ = 고액자산가들의 재테크 셈법이 빠르게 변화하고 있다. 이미 이들은 차명계좌금지법을 회피하기 위한 대응을 시작했다.
자산가들 사이에선 예금 자산을 현금화해 금고에 묻어두거나 실명 전환 또는 합법적인 증여을 통해 이미 어느 정도 정리를 마친 것으로 관계자들은 보고 있다,
특히 지난해 1월부터 상속세나 증여세법의 차명계좌증여추정 규정과 금융정보분석원(FIU)법에 따라 자산 은닉자에 대한 세금 추징이 강화되면서 사전에 한두 차례 정리되는 과정을 거쳤다는 분석도 내놓고 있다.
실제 국민, 신한, 우리, 하나 등 4대 시중은행의 잔액 5억원 이상 개인 정기예금은 지난 9월 말 기준 16조1910억원을 기록하고 있다. 지난 3월 말(17조1570억원)보다 9660억원 줄어든 규모다. 6개월 새 1조원 가까이 빠져나갔다.
A은행 PB센터 L팀장은 “지난 5월 법안 통과 시점부터 자산가들이 움직이기 시작했다”며 “이미 기존의 차명계좌들은 대부분 정리된 상황”이라고 분위기를 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