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융회사들은 직원들의 생산성이 떨어졌기 때문이라고 설명한다. KB·신한·하나·우리 등 4대 금융그룹의 지난해 당기순이익은 4조4950억원으로 집계됐다. 2010년 순익 5조1157억원과 비교해 6207억원(12.1%) 줄어든 규모다. 2011년 8조8322억원과 비교하면 2년 만에 반토막이 났다.
업계 관계자는 “금융시장이 포화상태인데다 정보기술(IT) 발달 등에 따른 비대면 거래(직원을 직접 만나지 않고 인터넷 등을 활용해 금융거래를 하는 것)의 증가로 인해 앞으로 금융업 고용 전망은 밝지 않다”며 고용 전망도 부정적으로 말했다.
◇사람 포기하면 경쟁력 훼손 = 하지만 전문가들은 인력조정 위주의 비용 감축에 의존하면 장기적으로 금융업의 경쟁력을 훼손시킬 수 있다고 우려한다. 미래 경쟁력인 ‘사람’을 포기하면 안 된다는 것이다.
권순원 숙명여대 교수는 “점포를 무리하게 줄이면 고객 이탈과 금융사고 증가로 수익성이 더 악화될 수도 있다”며 “영업시간·영업일 조정, 인스토어 점포 보급을 통해 직장인들의 점포 이용률을 높이는 등 기존 점포와 인력의 활용도를 높이는 쪽으로 고민해야 한다”고 밝혔다.
강경훈 동국대 교수도 “골드만삭스는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과도한 인력감축 대신 고부가가치를 내는 지역에 인력을 재배치하는 방식을 택했다”며 “손쉬운 비용 감축보다는 새로운 비즈니스에 대한 투자를 통해 지속가능한 성장동력을 확보해야 한다”고 언급했다.
최수현 금융감독원장도 지난 6월 한국경제연구원 세미나에서 “금융권에서 신뢰의 위기, 경쟁력 하강이라는 지적이 나오는 이유는 윤리성 문제 등이 있기 때문”이라며 “이는 결국 사람의 문제다. 전문성과 윤리성, 글로벌한 마인드를 가진 금융 인력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가장 사람이 적게 필요할 것 같은 IT에서도 사람이 답이었다. 지난달 28일 2014 금융IT 콘퍼런스에서 이강태 CIO포럼 회장은 “IT리스크라는 것이 근저에서 보면 결과적으로 사람 문제이고, IT리스크 관리는 IT직원에 대한 인사관리라고 생각한다”며 “IT직원에 대한 인사관리가 철저해지면 결과적으로 우리가 말한 IT리스크 해소 대책들이 내적 동기에 의해 충분히 실현될 것”이라고 설명했다.
◇스타 플레이어 양성해야 = 그렇다면 금융산업의 생산성을 높일 수 있는 해법은 무엇일까. 스타 플레이어를 양성해야 한다고 전문가들은 조언한다.
우리 금융산업에는 스타 최고경영자(CEO)가 없다. CEO들은 징계 받기에 급급하다 보니, 국민으로부터 신뢰를 받을래야 받을 수가 없다.
CEO뿐만이 아니다. 저금리 시대에 자산운용 능력이 중요시되지만 글로벌 시장에서 통용되는 플레이어가 없다. 하물며 삼성 금융계열사에도 손꼽히는 인물이 드물다. 방법은 해외 자산운용사를 통째로 인수하는 것밖에 없다.
국제금융시장에서 통용되는 사람은 더 더욱 없다. 변양호 전 보고펀드 대표가 정부의 금융정책국장 시절 스타플레이어로 통했지만 여기서 끝이다.
오히려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 당시 리먼브러더스가 인수합병(M&A) 시장에 나오고 산업은행이 매수 주체로 부각되자 “리먼브러더스를 실사나 할 수 있을까”라는 회의적인 시각이 나올 정도로 글로벌 경쟁력은 뒤처져 있다.
KB금융 사태는 금융지주 CEO 승계 이슈를 공공의 영역으로 끄집어내는 계기가 됐다. 윤 내정자에게 거는 기대 중 거버넌스(지배구조) 안정 프로그램이 첫손에 꼽히는 것도 이 때문이다.
현재 4대 금융지주 가운데 의미 있는 후계자 양성 프로그램과 CEO 승계 프로그램을 갖춘 곳은 신한금융이 유일하다. 그러나 신한금융도 기틀을 마련한 지 4년밖에 되지 않아 안착 여부를 지켜봐야 한다.
이런 관점에서 한국씨티은행 차기 행장 선출구도는 많은 것을 시사한다. 15년간 장기 재임했던 하영구 행장이 자리를 내놓았지만 아무런 잡음도 들리지 않았고 박진회 현 부행장으로의 연속성이 확보됐다. 체계적인 CEO 승계 프로그램이 있기에 가능한 결과다.
또 관치금융이 아닌 민간의 경쟁력을 잘 활용할 수 있는 환경 조성도 중요 과제다. 12년 만에 민간 출신으로 유관기관 장을 맡은 장남식 손보협회장이 좋은 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