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배당 투자 지금이 적기… 고배당주 변화 = 저금리 기조가 지속되는 가운데 지난 6월 최경환 경제부총리의 배당 확대 정책까지 겹치면서 배당을 노린 투자금이 크게 늘었다. 배당주 투자가 인기를 끌면서 너도 나도 뛰어들고 있지만 단기 시세 차익을 노리는 투자자라면 한 번쯤 고민해봐야 한다. 배당은 채권처럼 안정된 수익을 받는 것이기 때문에 단기 투자와는 거리가 멀다. 배당주가 인기를 끌면서 관련 종목도 주가가 많이 오른 상태이므로 전문가들은 배당주 투자에 나선다면 최소 5년 이상 긴 호흡으로 접근해야 한다는 입장이다.
배당 투자와 관련해 최근 변화가 감지되고 있다. 과거 배당주 투자는 12월에 임박해 투자하거나 특별한 이슈가 있을 때 몰리는 경우가 대부분이었다. 그러나 전문가들은 결산일이 변경되면서 지금 시기가 배당 투자의 적기라고 입을 모은다.
이중호 유안타증권 연구원은 “대부분의 기업들이 12월 결산법인을 선택함에 따라 기말배당의 배당액이 커진 경향이 나타났고, 이에 중간배당(6월 or 9월)의 규모가 크게 급감했다”며 “지금이 아닌 나머지 기간에 배당주에 투자할 경우 사실상 배당보다는 해당 종목의 주가 변동성에 노출될 수 있다”고 말했다. 즉, 투자 종목의 주가 변동성 노출을 최소화하고, 배당 집중성이 있는 10월 이후에 투자하는 것이 유리하다는 설명이다.
가장 큰 수혜가 예상되는 종목들은 금융 섹터다. 금융은 크게 은행과 보험, 증권으로 구분할 수 있는데 보험 및 증권사들 중 상당수가 과거 3월 결산법인에서 12월 결산법인으로 변경됐다. 올해가 12월 결산법인들의 실적이 온전하게 집계되는 첫 해다. 이런 기업들은 과거에 12월이 중간 배당을 하는 시기였기 때문에 중간 배당이 없는 회사는 따로 배당액이 존재하지 않았다. 작년 말 12월이 기말 배당이었으나 실적이 3분기밖에 없었기 때문에 온전한 배당 수익을 기대하기 어려웠다. 따라서 올 연말에 이런 금융 종목들을 주목할 필요가 있다.
정길원 KDB대우증권 연구원은 “배당투자의 관점에서 고려해야 하는 것은 자본 비율의 적정성, 배당의 재원이 되는 당기이익의 창출 능력인데, 이런 맥락에서 보자면 동부화재와 삼성화재가 앞선다”고 평가했다.
◇고배당주 변화… 중소형주에 주목 = 기존에 고배당주로 분류됐던 종목에서 배당 변화가 감지되고 있다. 이는 실제 해당 기업들의 실적이 크게 바뀌었기 때문에 나타나는 현상이다. 특정 섹터에 속한 종목들이 실적이 좋지 않거나 오히려 설비투자에 나서면서 배당이 감소한 것으로 풀이된다. KT의 경우 실적 악화로 인해 배당이 급락했고, 삼성전자와 현대차는 배당이 증가할 것으로 기대됐으나 결과는 이와 반대였다.
배당수익률이 높거나 배당 투자에서 유리할 것으로 전망되는 종목들은 이미 주가가 많이 올라 전통적인 고배당주만 고집할 필요는 없다. 중장기적인 관점에서 배당 관련 투자를 하고 싶다면 최근 주가가 떨어진 배당주에 주목할 필요가 있다. 기업은 한 번 늘린 배당은 쉽게 못 줄이는 경향이 있다. 배당을 얼마나 늘릴지보다 주가를 살펴보는 것이 배당수익률을 높이는 방법이다.
김학균 대우증권 수석연구위원은 “배당수익률과 금리를 단순 비교하며 몇 달 안에 시세차익을 노리는 것은 배당 투자와 본질적으로 거리가 있다”면서 “배당수익률은 고정값인 배당보다 주가에 더 큰 영향을 받기 때문에 배당을 꾸준하게 했던 종목 가운데 최근 주가가 떨어진 종목에 관심을 두는 것도 좋을 것”이라고 말했다.
이밖에 중소형주도 다크호스다. 한국거래소는 최근 배당 활성화를 위해 기존 배당지수를 보완하고 중소형주 편입 비중을 크게 늘린 새 배당지수를 공표했다. 새 배당지수는 코스피 고배당지수, KRX고배당지수, 코스피 배당성장지수, 코스피 우선주지수 등 4가지다. 이 중 코스피 고배당지수와 KRX고배당지수는 우량 중소형주를 중심으로 구성된다. 새 지수에 중소형주가 대거 포함돼 수혜를 입을 가능성이 크다.
강송철 한국투자증권 연구원은 “이번 배당지수는 중소형주 비중이 높기 때문에 그 동안 시가총액과 거래가 적었던 중소형이 가치주 평가를 받을 수 있는 계기”라며 “실적이 나쁘지 않은 종목 가운데 거래대금이 적고 기존 펀드들이 적게 보유하고 있는 종목일수록 수급 효과가 더 크게 나타날 것”이라고 설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