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월 기업체감 경기가 뒷걸음질쳤다. 박근혜 정부 2기 경제팀이 전방위적인 경기부양책을 펼치고 한국은행이 기준금리를 사상 최저 수준으로 내렸지만 경기회복세는 오히려 더 위축된 것이다. 특히 이달 소비자심리도 세월호 발생 직후 수준으로 떨어지는 등 경기주체들의 심리는 좀처럼 개선되지 못하고 있다.
한은은 30일 ‘기업경기실사지수(BSI) 및 경제심리지수(ESI)’ 자료를 통해 10월 제조업 BSI가 72로 전월비 2포인트 내렸다고 발표했다. 제조업 BSI 추이를 보면 세월호 참사가 지난 4월 발생하면서 5월에 82에서 79로 하락 전환됐다. 이후 줄곳 내리막길을 걷다가 9월에 2포인트 ‘반짝’ 상승했다. 그러나 이달에 다시 2포인트 떨어진 것이다. 오는 11월 제조업 업황 전망 BSI도 74로 4포인트나 하락했다.
BSI는 기업이 실제로 느끼는 경기 상황을 보여주는 지표다. 지수가 100을 넘으면 경기를 좋게 보는 기업이 나쁘게 보는 기업보다 많다는 뜻이고 100보다 낮으면 그 반대를 의미한다.
박성빈 한은 기업통계팀장은 “이달에는 미국 통화정책의 변화, 유럽의 경기둔화 가능성, 중국경제의 경착륙 우려 등으로 불확실성이 심화되면서 기업들이 경영계획을 세우기 힘들어하고 있다”며 “여기에 국내 대표 제조업종인 스마트폰, 철강 등의 분야에서 경쟁이 치열해짐에 따라 기업들이 경기가 좋아진다고 인식하지 못하는 것으로 보인다”고 설명했다.
소비자심리도 세월호 발생 직후 수준으로 위축됐다. 10월 소비자심리지수(CCSI)가 105로 한달 전보다 2포인트 하락한 것이다. 이에 따라 BSI와 소비자동향지수(CSI)를 합성해 민간의 체감경기를 종합적으로 보여주는 경제심리지수(ESI)도 전월비 5포인트 떨어진 92를 기록, 두달째 하락세를 나타냈다.
최경환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이 지난 7월 취임한 후부터 전후무후한 경제·재정 완화정책을 펴고 이주열 한은 총재가 기준금리를 연 2.0%로 역대 최저 수준으로 두 차례나 하향 조정했지만 실물은커녕 심리조차 ‘약발’이 받지 못한 것이다.
BSI를 제조업체 유형별로 보면 모두 하락세를 띠었다. 중소기업이 71에서 67로 가장 큰폭으로 하락했다. 이어 내수기업(76→73)이 3포인트 떨어졌으며 수출기업(72→70), 대기업(78→76)도 각각 2포인트 줄었다.
비제조업의 10월 BSI도 67로 전월비 3포인트 내려, 3개월 만에 하락세로 전환됐다. 여전히 세월호 사태가 발생한 4월(71) 수준으로 회복하지 못하고 있다. 기업들은 그 이유로 내수부진, 경쟁심화 등을 꼽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