홍성국 KDB대우증권 리서치센터장(부사장)이 22일 ‘세계가 일본된다’는 제목의 책을 출판하며 던진 경고의 메시지다. 홍 센터장은 “일본과 한국의 처지나 대응 방식이 비슷해서 ‘섬뜩함’이 밀려온다”고 지적했다.
금융업계에서는 홍 부사장의 행보에 대해 다소 의아하다는 반응이다. 홍 부사장이 대우증권 신임 사장의 하마평에 오르고 있는 가운데 세계가 총체적인 난국에 빠져 있다는 강한 비판을 담고 있어 수장 자리를 고사하려는 의도가 내포된 것으로 보인다는 해석도 가능하다.
홍 센터장은 “지금 세계가 25년 전의 일본과 매우 유사하다”며 ‘일본화(Japanization)’로 말문을 열었다. 장기 불황에 빠진 일본의 사례를 들었다. 과거와는 전혀 다른 ‘전환형 복합불황’이라고 주장하고 있다. 복합불황은 정치ㆍ경제ㆍ사회ㆍ문화 등의 종합적인 침체를 뜻한다.
그는 “사회 전반이 어려워질 것”이라며 “‘전환’은 성장시대의 종말로 인식될 것”이라고 예상했다. 또 “성장률ㆍ물가ㆍ투자ㆍ금리가 낮아지는 이른바 ‘신4저 효과’로 낯선 세계가 펼쳐지고 있지만 과거형 대책이 남발하고 있고 기득권과 이데올로기 경쟁이 더 치열해지고 있다”고 꼬집었다.
홍 센터장은 이 책에서 우리나라가 지난 3~4년 사이 방향성을 상실하며 성장을 멈춘 갈등공화국이 됐다고 진단하고 있다. 그는 “리더그룹의 미래 인식이 중요하지만 한국은 복합불황에 대한 인식이 가장 낮다”고 평가했다. 더 나아가 “관료들은 과거 경제위기를 극복하는 과정에서 성공했던 정책들을 반복해서 시행하고 있다”며 “정책 효과가 이제는 전환형 복합불황에 대한 대응력을 저해하는 요인이 됐다”고 비판했다.
그는“일찌감치 국가와 국민이 ‘새로운 행복’으로 나아갈 방향을 조정한 독일과 북유럽 국가를 모범 사례로 꼽았다. 그러면서 “욕망과 소유의 축소를 추구하는 쪽으로 행복 방정식을 바꾸는 ‘구조전환’이 필요하다”고 역설했다.
홍 센터장은 서강대 정외과를 졸업하고 1986년 대우증권에 입사해 투자분석부장, 기업분석부장, 홀세일사업부장 등을 거쳐 리서치센터장에 올랐다. 저서로는 ‘디플레이션 속으로’, ‘글로벌 위기 이후’, ‘미래설계의 정석’ 등이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