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악화되던 수출입 교역조건이 5개월 만에 개선세로 전환됐다. 석유제품, 반도체를 중심으로 수출가격이 하락했지만 원자재 수입가격이 더 크게 떨어졌기 때문이다.
한국은행이 23일 발표한 ‘무역지수 및 교역조건’에 따르면 지난달 순상품교역조건지수(2010년 100 기준)는 1년 전 같은 기간보다 0.7% 증가한 90.37을 기록했다. 이는 작년 8월(90.41) 이후 1년 1개월내 가장 높은 수준이다.
순상품교역조건지수는 한 단위의 수출 대금(달러 기준)으로 수입할 수 있는 상품의 양을 나타낸다. 수출물가지수를 수입물가지수로 나눠 100을 곱해 구한다. 기준년인 2010년에 한 단위를 수출해 벌어들인 돈으로 상품 100개를 수입할 수 있었다면, 이제는 90.37개를 수입할 수 있다는 뜻이다.
특히 순상품교역조건지수는 지난 5월부터 4개월 연속 내림세를 이어갔으나 올 9월에 5개월 만에 오름세로 바뀌었다. 정귀연 한은 물가통계팀 과장은 “수출에 상당 부분을 차지하는 석유제품 가격이 국제유가가 떨어지면서 하락했고 반도체 수출 가격도 내렸다. 그러나 원유, 철강 등 원재재 수입가격이 더 크게 떨어지면서 교역조건이 개선됐다”고 설명했다.
실제로 수입가격지수가 전년동월비 2.0%나 떨어져 수출가격지수의 하락폭 1.3%보다 훨씬 컸다.
총 수출대금으로 수입할 수 있는 상품의 양을 지수화한 소득교역조건지수도 전년동월비 8.1% 상승했다. 순상품교역조건이 개선되고 수출물량도 늘어난 데 따른 것이다.
수출물량지수는 130.72로 1년 전보다 7.3% 상승했다. 일반기계(17.6%), 제1차금속제품(23.2%), 반도체·전자표시장치(13.8%) 등의 오름세가 두드러졌다. 반면 농림수산품(-14.0%), 통신·영상·음향기기(-5.8%)는 하락했다.
수입물량지수를 보면 116.66으로 전년동월비 9.1% 늘었다. 석탄·석유제품(16.9%), 제1차 금속제품(16.0%), 수송장비(22.1%), 석유·가죽제품(17.2%), 전기·전자기기(10.4%) 등이 큰폭으로 상승한 데 따른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