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 글로벌 유명 헤지펀드들이 2011년 이후 최악의 한 해를 보낼 것이라는 관측이 나오고 있다. 기대를 모았던 유명 헤지펀드의 투자가 신통치 못한 결과로 이어지는 가하면 일부 투자는 손실을 최소화하는 것이 급선무로 떠오를 정도이기 때문이다.
15일(현지시간) 영국 파이낸셜타임스(FT)에 따르면 10월 헤지펀드의 투자 수익률은 마이너스(-) 0.75%였다. 롭 시트론, 필립 라폰트, 체이스 콜맨 등 이른바 ‘타이커컵스’라고 불리는 유명 헤지펀드 매니저들이 모두 적자를 기록하고 있다. 일부 헤지펀드는 최근 몇 주간 금융시장 변동성이 커지자 종전의 투자 포지션을 거둬들이고 있다고 FT는 전했다.
소위 ‘한 가닥’ 하는 헤지펀드 매니저들이 체면을 구기게 된 배경에는 예측 불가능했던 다양한 요소들이 있다는 평가다. 올해 상반기 증시를 강타한 기술주 부진을 비롯해 유가의 하락세와 글로벌 경제 성장 부진 전망 등이 투자의 복병이 됐다는 것이다.
미노 카포셀라 크레디트스위스(CS) 자산운용의 유동자산투자 대표는 “예상치 못한 유가 하락세는 유명 헤지펀들에게 큰 폭의 하락세를 가져다줬다”고 말했다. 실제로 브렌트유 가격은 6월 중반 이후 25% 가까이 급락했다. 올해 글로벌 경기 회복세를 점치며 에너지주와 채권에 투자한 헤지펀드도 울상을 지었다. 카포셀라 대표는 “에너지주와 채권은 현재 압박을 받고 있다”면서 “이들 종목이 초반 강세를 보인 탓에 헤지펀드들이 상대적으로 비중 있게 투자 포지션을 취했다”고 말했다.
정부의 규제 강화와 이로 인한 대형 인수·합병(M&A) 불발도 헤지펀드 수익성에 부담됐다. 미국 제약사 ‘애브비(Abbvie)’가 540억 달러 규모의 영국 제약사 샤이어 인수 합의안을 전면 재검토하기로 했다. 이에 따라 샤이어 주가를 보유했던 엘리엇, 야누스, 폴슨앤코 등 대형 헤지펀드가 헛물을 들이킬 위기에 놓였다. 미국 재무부는 조세회피용 M&A인 이른바 ‘세금 자리바꿈(tax inversion)’에 제동을 걸고 나서자 M&A를 통해 세금 절감 효과를 노렸던 애브비가 사실상 인수시도를 철회한 것이란 게 업계 중론이다.
그러나 일각에서는 헤지펀드의 소극적 자세에 대한 우려를 나타냈다.
딕슨 보드먼 옵티마 최고경영자(CEO)는 “헤지펀드는 시장이 어려워지면서 리스크를 줄이고 있다”면서 “그러나 가장 큰 위험은 향후 큰 반등세에 대해 참여하지 않는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