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재룡의 똑똑한 은퇴] 재취업보다는 창직(創職)

입력 2014-04-17 11: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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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재룡 한국은퇴연구소장

베이비 부머들의 은퇴가 본격적으로 이루어지면서 많은 사람이 은퇴 후 할 일을 찾아 방황하고 있다.

현대사회에서 우리에게 일이란 단순하게 소득이 생기는 원천으로만 보기 어렵다. 일을 매개로 많은 사람과 만나고, 일을 하는 과정에서 지식과 경험을 쌓아나간다. 목표를 달성하면 기분 좋은 일을 경험하지만, 어려운 일이 닥치면 여러 가지 갈등을 경험하기도 한다. 일을 통해 인식의 폭을 넓힐 수 있으며, 자아를 실현한다. 그래서 퇴직 후 일이란 매우 중요한 의미가 있다.

그런데 많은 사람은 은퇴 후 일이란 좋은 일자리에 재취업하는 것으로 생각하는 경향이 강하다. 일자리와 일거리를 구분하지 명확하게 구분하지 못하면 은퇴생활이 많은 영향을 받게 된다. 일자리는 급여를 받으며 회사의 방침에 따라 일을 해야 하는 직업을 말한다. 일거리는 조직에 속하든 안 하든 자신이 하고 싶은 활동을 말한다. 대부분 일거리는 보수가 적지만 반대로 보람있는 활동으로 구성되어 있다.

얼마전 중소기업 임원을 오랫동안 했던 분을 상담했다. 퇴직 후 건강이 좋지 못해서 5년 정도 요양을 했고 이제는 건강을 되찾았다고 한다. 너무 심심하고 무료해서 일하고 싶다고 상담을 신청했다. 자신의 경험과 지식을 바탕으로 어떤 일자리가 좋은지를 물어왔다. 노후 생활자금이 어느 정도 마련되어 있기 때문에 생활비가 급하게 필요한 상황은 아니었다. 그동안 악화한 건강을 회복하느라 사회와 단절되어 있었고, 기업을 경영하느라 고생하다 보니 특별한 취미 여가나 봉사활동이 없는 삶을 살아왔다. 이 사람은 일자리보다는 일거리가 필요한 경우로 볼 수 있다.

따라서 가장 먼저 해야 하는 일은 재취업이 아니라 사람들과 교류관계를 만들어 갈 필요가 있다. 은퇴 후에 약한 연결고리로 이어진 사람들이 많을수록 행복도가 높아진다고 한다. 약한 연결고리(weak tie)란 종교, 취미 여가, 학습, 봉사 등을 주제로 만난 사람들을 말한다.

그 다음으로는 일자리보다는 멋진 일거리를 찾아내도록 권유했다. 일거리는 남이 주는 것이 아니라 자신이 찾아내고 자신이 직접 만들어가는 것이다. 현재의 중장년들은 앞만 보고 달려온 세대들이다. 이들은 제대로 된 취미 여가 생활을 해본 적이 없으며, 남을 위해 봉사해본 경험도 거의 없다. 오로지 가족과 직장을 위해 헌신적으로 일만 해왔다. 하지만, 이제부터는 취미여가나 봉사활동에 집중적으로 신경을 써야 한다.

사람들은 일거리를 만들어내는데 익숙하지 않다. 평생토록 주어진 일만 열심히 해 왔기 때문이다. 그러다 보니 일거리를 만들어내기란 여간 어렵지 않다. 예를 들어 정년 퇴직 후 사진을 취미로 하는 경우를 생각해보자. 열심히 사진을 찍어서 인터넷 블로거에 올리거나 작품전을 열기도 한다. 하지만 이래서는 보람 있는 일거리라고 보기 어렵다. 다문화 가정을 위한 상담소를 차려서 사진을 찍어 주면서 상담을 하거나, 장애인을 위한 사진관을 열거나 하는 식으로 사회기여적인 면이 가미되면 비로소 멋진 일거리가 된다. 즐거운 일에 푹 빠져들어서 몰입하는 삶을 살고, 동시에 사회에 봉사하는 의미가 더해진다면 제대로 된 일거리라고 볼 수 있다.

보람있는 일거리는 경제적인 수입이 생기보다는 오히려 비용이 상당히 나가는 경우도 많이 생긴다. 하지만 삶의 의미와 행복을 얻을 수 있다는 큰 대가를 얻을 수 있다. 이런 일거리를 발견한 사람들은 새로운 삶을 살아갈 수 있다. 이제는 재취업보다는 보람있는 일거리를 자신이 직접 만들어내는 창직(創職)마인드로 살아가야 할 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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