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포토에세이]알싸한 약초향 여전한데… 세파에 날아간 세월이여

입력 2012-12-07 11: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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빛바랜 거리, 서울약령시장

▲한파를 견뎌내는 노점상. 수십년을 장사했지만 요즘 같은 불경기는 처음이라고 호소했다.
여느 재래시장들과 마찬가지로 쇠락의 길을 걷고 있는 서울약령시(옛 경동한약상가). 겨울철 허한 기운을 북돋을 보약이라도 짓는 손님들이 있을까 하고 시장을 둘러봤지만 생기 잃은 정적뿐, 알싸한 약 냄새만 거리에 가득했다.

▲10여년 전 발디딜 틈 없이 북적이던 서울 약령시는 그 명맥만 겨우유지하고 있다.
10여년 전 겨울, 부모님 보약을 짓거나 연말연시 선물을 준비하는 손님들로 북적였던 이곳은 낡아가는 시장 간판처럼 서서히 스러져갔다.

▲한파까지 찾아온 약령시의 거리는 한산하다 못해 을씨년스럽기까지하다.
문을 걸어 잠근 약재상이 서너집 걸러 한집이었고, 그나마 문을 연 곳도 손님을 찾기는 힘들었다.

▲다시 약령시에 광명의 빛줄기가 비칠 날은 언제일까.
"IMF 때보다 더 장사가 안돼요" D한약국을 운영하는 김모(41)씨는 이렇게 푸념하며 "한약방들이 탕재원으로, 그러다 약국으로, 나중엔 완전히 다른 가게로 바뀌는 경우도 꽤 있습니다"라고 말했다. 김씨는 "생계를 이어갈 수 없으니 당연히 상인들이 떠나는 것"이라고 덧붙였다.

▲굳게 닫은 한의원 문 틈새로 광고지가 쌓이고, 자판기 회사는 기기를 회수 못해 답답해하고 있다.
투자 열기를 타고 약령시 안에 지어진 대규모 소핑몰도 4개에 달한다. 하지만 약령시 상인마저 줄어드는 상황에서 비싼 임대료를 내고 입주할 사람이 없다는 게 주변 사람들의 말이다. 실제로 쇼핑몰 내부는 에스컬레이터 주변을 제외하면 빈 점포가 더 많아 보였다.

▲손님을 기다리는 한의사는 눈을 감고 무슨 상념에 빠져 있을까.
굳게 닫힌 문 틈새로 쌓여 있는 우편물들과 폐업을 알리는 안내문, 술집과 정육점으로 변해버린 한약방들. 최근 건강식품 산업의 급성장과 불경기, 약재값 상승 등의 악재로 사양길에 접어든 약령시는 그렇게 한파를 맨몸으로 겪어가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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